2012년 종말론 영화 더로드
2007년 퓰리처상 수상, 아마존과 뉴욕 타임스 베스트 1위,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 스티븐 킹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
모두 코맥 매카시의 『로드』를 수식하는 경력들이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자로 국내에 먼저 알려진 소설가 코맥 매카시는,
저명한 평론가인 해럴드 블룸의 극찬을 받은 세계적인 작가이다.
그는 이 작품을 어린 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을 때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흔이 넘은 매카시에게는 아홉 살 어린 아들이 있다. 낡은 호텔에 머무르던 어느 밤,
잠들어 있는 어린 아들을 보며 그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오십 년 혹은 백 년 후엔 이 마을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상상하다가,
산 위로 불길이 치솟고 모든 것이 다 타버린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렇게 해서 소설 『로드』가 탄생했다.
소설의 배경은 대재앙으로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지구.
폐허가 된 그곳을,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걸어간다.
남쪽을 향해가는 그들에게는, 생활에 필요한 얼마 안 되는 물품들을 담은 카트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자살용으로 남겨둔 총알 두 알이 든 권총 한 자루가 전부다.
남자와 소년은 밤마다 추위에 떨었고, 거의 매일 굶주렸다. 식량은 늘 부족했고
숲에 만드는 잠자리는 춥고 불안했다.
수일을 굶다가 운 좋게 먹을거리를 만나면 그들은 주린 배와 카트를 채운다.
남자와 소년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잇따른다.
인간사냥꾼에게 잡힐 뻔하기도 한다. 결국 그 사냥꾼을 향해 남자는 아껴둔 총알 하나를 사용한다.
남자의 총에 맞아 죽은 그 사냥꾼의 시신은 나중에 껍질과 뼈만 그 자리에 남게 된다.
그의 무리들이 삶아먹은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말한다.
"우리가 사는 게 안 좋니?"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글쎄, 나는 그래도 우리가 아직 여기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지만 우린 아직 여기 있잖아."
독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묵직한 어떤 것과 만나게 된다.
그것은 이 책을 수식하는 화려한 수상경력으로도 다 말할 수 없는 것.
바로 이 죽음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일,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이 세상에 남겨놓아야 하는 일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이다. 그것은 희망일까 아니면 절망일까?
매카시를 모른다면 미국 현대문학을 논하지 말라!
이 책을 올해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일컫는 것은 이 책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려라. 이 책을 읽고 감명받으라.
그냥 이 책을 읽어라, 너무 늦기 전에. (아마존 독자 리뷰)
2006년 9월, 코맥 매카시는 묵시록적 비전으로 가득한 신작 『로드』를 들고 돌아왔다.
그야말로 거장의 귀환이었다.
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 평단과 언론은 일제히 찬사를 보냈다.
단순한 찬사가 아니었다.
<스타 레저>는 “이 작품을 통해 매카시는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올라섰다”고 평했고,
<뉴스위크>는 “매카시의 모든 작품 중 정점에 올라 있는 작품”이라 평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이 작품을 통해 매카시는
미국문학에서 구약성서적 예언자 같은 존재로 태어났다”고 평가했다.
인간에 관한 가장 끔찍한 보고서이자 가장 아름다운 보고서
대재앙이 일어난 지구, 그곳에 한 남자와 한 소년이 있다.
지구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문명은 파괴되었고 지구의 거의 모든 생명은 멸종했다. 세상은 잿빛이다.
불에 탄 세상은 온통 재로 뒤덮였고, 하늘 가득 떠도는 재에 가려
태양도 보이지 않고 한낮에도 흐리고 뿌연 빛만이 부유한다.
무채색의 황폐하고 고요한 땅, 신은 사라지고 신을 열렬히 찬미하던 이들도 사라진 땅,
그곳에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길을 걷는다.
“우리는 불을 옮기는 사람들이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살아남은 자들은 먹을 것을 찾아
텅 빈 집들과 상점들과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연명하기 위해 인육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트럭을 타고 다니며 인간을 사냥하는 무리도 있다.
남자와 소년은 바다가 있는 남쪽을 향한 여정에 있다.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왜 남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안간힘으로 남쪽을 향해 가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아들에게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불을 옮기는 사람들이다.”
남쪽을 향해가는 그들에게는,
생활에 필요한 얼마 안 되는 물품들을 담은 카트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자살용으로 남겨둔 총알 두 알이 든 권총 한 자루가 전부다.
남자와 소년은 밤마다 추위에 떨었고, 거의 매일 굶주렸다.
식량은 늘 부족했고 숲에 만드는 잠자리는 춥고 불안했다.
수일을 굶다가 운 좋게 먹을거리를 만나면 그들은 주린 배와 카트를 채운다.
남자와 소년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잇따른다.
인간사냥꾼에게 잡힐 뻔하기도 한다.
결국 그 사냥꾼을 향해 남자는 아껴둔 총알 하나를 사용한다.
남자의 총에 맞아 죽은 그 사냥꾼의 시신은 나중에 껍질과 뼈만 그 자리에 남게 된다.
그의 무리들이 삶아먹은 것이다.
굶주림에 지친 남자와 소년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들어간 집에서는
지하실에 발가벗긴 채 갇힌 사람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사람들은 사냥꾼들의 ‘저장된 식량’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은 숲에 숨어 길을 살피던 남자와 소년의 눈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에 뜬다.
길을 걷는 남자 셋과 여자 하나였는데, 여자는 만삭의 몸으로 뒤뚱거리며 걷고 있었다.
남자와 소년은 그들이 지나간 한참 후에야 숲에서 나와 길을 따라 걷는다.
한참 길을 걷던 소년은 숲에서 실낱같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한다.
남자는 한번 살펴보자며 총을 꺼내들고 숲에 들어간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모닥불에는 고깃덩이 하나가 꼬챙이에 꿰어져 구워지고 있었는데,
머리를 떼어낸 갓난 아기였다. 아기를 굽던 무리들이 총을 들고 오는 남자를 발견하고
황급히 몸을 숨긴 것이었다.
“아기를 어디서 찾았을까요?”
소년의 질문에 남자는 대답하지 못한다.
남자는 매일 피가 섞여 나오는 기침을 하며 잠을 깬다.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는 아들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고 싶다.
예기치 않은 공격, 위험한 상황에의 노출, 그리고 무엇보다 굶주림으로부터.
특히 다른 방랑자를 만날 때마다 그들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아들이
위험한 충동 때문에 아들의 신변이 위험에 처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이미 사라진 문명에 대해 아들은 아는 바가 없다.
문명이 존재하던 “예전 사회”에 대한 어떤 기억도 지식도 체험도 아들에게는 없다.
살아남은 모든 사람을 경계하는 아버지와
그 사람들에 대해 다가가려 하고 도와주려 하고 껴안고자 하는 아들…
남자는 이제 죽음이 다가왔다고,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숨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소년이 자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걷잡을 수 없이 흐느끼곤 했다.
하지만 죽음 때문이 아니었다. 남자는 무엇 때문인지 잘 몰랐지만,
아마 아름다움이나 선(善)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본문 p.148)
이 죽음의 세상에서, 이토록 황폐한 잿빛의 길에서!
매카시는 언제나 빛과 어둠 사이의 투쟁에 대해 글을 써왔다.
어둠이 세상의 99%를 차지하고 있고,
빛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배터리가 떨어져가는 펜 끝의 불빛처럼 가냘프기 그지없었다.
『로드』에서 그 불빛은 이제 거의 꺼진 것처럼 보인다.
온 세계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보여주는 최후의 희망이 더더욱 충격적으로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종래는 바랄 수 없을 것 같은 희망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데니스 루헤인(소설가, 『미스틱 리버』 『살인자들의 섬』 저자)
우리가 사는 게 안 좋니?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나는 그래도 우리가 아직 여기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지만 우린 아직 여기 있잖아. (본문 p.303)
『로드』는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혹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존재의 물음에 대한 대답과도 책이다.
메마른 잿더미 위에서 초연한 태도로,
그러나 날카로운 눈으로 세상을 응시하며 서 있는 매카시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는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모르는 이 세상에 살면서도
그래도 우리가 아직 여기 있다는 것’이,
이 땅 위에 아직 발 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