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새 연구 보고서는
부모가 아무리 보상 노력을 기울여도 맏이가 동생들보다 실제로 더 똑똑하다고 말한다.
지능지수의 차이는 미미했다. 맏이가 바로 밑의 동생보다 평균 3점 높았다.
그러나 연구원들은 그 차이가 중요하다고 본다.
왜 그런 차이가 날까?
나중에 임신한 자식의 경우는 모체가 어떤 방식으로든 자궁 내 태아를
공격하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있다.
임신이 계속될 때마다 산모의 항체 수치는 증가한다.
그러나 그것이 지능의 차이를 부른다는 증거는 없다.
노르웨이 청년 약 25만 명의 기록을 토대로 한 이번 연구로 항체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이 연구는 원래 맏이로 태어난 자식뿐 아니라 맏이가 유아 때 죽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맏이가 된 아이들까지도 조사했다. 두 집단 모두 지능지수가 높았다.
동생들의 점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뭔지는 모르지만
출생 전의 상황과는 무관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맏이로 태어나는 일보다 맏이로 길러지는 일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양육이라는 면에서 찾을 만한 확실한 원인으로는 부모가 있다.
현대사회에 맏이 편애 성향이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논리적으로 따지면 맏이는 인생의 첫 형성기에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자연이나 양육과는 무관할지 모른다.
모든 조사에서 다같이 지능지수의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오클라호마 대학 명예교수인 조 로저스가 2000년 실시한 연구에서는
출생 순서와 지능지수의 연결고리가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인 가정을 대상으로 한 그 전의 연구에서는 맏이가 아니라
오히려 막내들의 학업 성적이 좋게 나왔다.
출생 순서에 따라 지능이 달라진다는 주장을 비판하는 학자로 이름 높은
심리학자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그 연구를 근거로
“맏이가 공부를 더 잘한다는 인상은 엉터리”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출생 순서에 따라 지능이 달라진다는 결론을 도출해낸
연구의 상당수는 방법상 큰 하자가 있다.
노르웨이 연구가 그 일례라고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출생 순서와 지능지수를 연구하는 심리학자 보 클리블랜드가 말했다.
“한 가정의 장남인 빌과 다른 가정의 차남인 밥을 비교하는 격이다.”
모든 가정이 같다면 그래도 상관없겠지만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연구에서는 부모의 교육 수준과 가족 규모 등의 변수를 고려했다.
그러나 오클라호마 대학의 로저스 교수는 “수백 가지” 다른 요인도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이 비판에 가장 예민한 사람은 바로 노르웨이 과학자들이다.
사실 그들은 두 번째 논문의 형태로 이미 답변을 준비해뒀다.
조만간 전문지 인텔리전스에 게재될 예정인 그 논문은 사이언스 논문과 비슷하다.
다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빌과 밥을 비교하는 대신 빌을 친동생 배리, 바니와 비교했다.
거기서도 역시 똑같이 출생 순서대로 지능이 달라지는 형태가 등장했다.
평균적으로 맏이의 점수가 둘째보다 약 3점 높고,
가련한 셋째의 경우는 더욱 형편없다. “두 논문의 취지는 정확히 같았다”고
두 연구를 모두 지휘한 노르웨이 국립직업건강연구소의 페테르 크리스텐센이 말했다.
그러나 두 번째 연구가 훨씬 더 포괄적이고 어떤 면에선 사이언스 논문보다 낫다.”
그러나 논란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우선 무엇 때문에 출생 순서에 따라 지능이 달라지느냐는 논란이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자녀를 공평하게 대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불평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버클리 연구원 프랭크 설로웨이는 말했다.
부모가 본의 아니게 가운데 자식을 불공평하게 대하는지도 모른다.
태생적으로 균등하게 할 수 없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가운데 자식은 아무리 옴치고 뛴들 그 집안의 독자가 될 재주가 없다.
한편 설로웨이는 ‘가족 틈새 가설’을 소개했다.
욕구 때문이든 필요 때문이든 맏이는 종종 ‘부모의 조수’ 역할을 맡는다는 점에
그는 주목했다. 그처럼 일찍이 권력과 책임을 맛보면서 훗날의 성취를 대비하는지도 모른다.
“맏이들이 ‘숙제를 잘하려면 좀 더 똑똑해져야겠다’고 생각할 경우
실제로 똑똑한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해내겠다는 자기암시가 되기 때문이다.
만일 맏이들의 숙제가 사이언스와 인텔리전스를 읽는 일이라면 이제는 막을 방법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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