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평론가 고전문학연구자 고미숙
아기를 업어야 하는 이유
아기의 양기는 서늘한 기운 흐르는 엄마등과 ‘찰떡궁합’
아기는 당연히 업어 키워야 한다.
한데 언제부턴가 아기가 업힌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모든 엄마가 아기를 품에 안고 다니기 때문이다.
엄마뿐 아니라 아빠, 심지어 할머니조차 안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대체 왜? 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 참 아름답고 세련되어 보인다.
그럼 아기를 업게 되면? 왠지 촌스럽고 덜떨어져 보인다. 그렇다. 포인트는 거기에 있다.
미적 욕구가 모성을 압도해 버린 것이다.
미시족을 위한 육아상품들이 쏟아지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아무리 미모가 중요하다 한들 아기의 생명력을 억압해서야 되겠는가.
생명의 이치상 아기는 무조건 업어 키워야 한다.
첫 번째 이유. 아기는 양기덩어리다. 온몸이 불덩이에 가깝다.
따라서 음양의 이치상 음기가 필요하다. 아기들이 ‘할머니의 품’을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할머니는 여성인 데다 노인이라 음기의 결정체에 해당한다.
당연히 아기들과는 ‘찰떡궁합’이다.
그래서 ‘동의보감’에는 이런 육아법이 나온다.
“아이에게 70∼80세 노인이 입던 헌 잠방이나 헌 웃옷을 고쳐
적삼을 만들어 입히면 진기를 길러 주어 오래 살 수 있다.”
업어야 하는 이치도 비슷하다.
심장은 특히 불이다.
그런데 안고 있으면 엄마의 심장과 아기의 심장이 서로 마주 보게 된다.
곧 맞불이 붙는 형국이다.
그러면 아기는 양기가 더욱 항진될 것이고,
엄마 또한 열이 올라 그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또 각종 상품이 등장했다.
아기를 오랫동안 안고 다닐 수 있는 우아한 베이비 상품들.
하지만 아기가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그 같은 패션은 엄마의 허리에 무리를 준다.
두 번째 이유. 등은 서늘하다.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이라는 경맥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이 경맥은 신장과 방광으로 이어진다. 이 장기들은 물을 주관한다.
등에 업히면 아기의 심장뿐 아니라 몸 전체의 양기가 차분하게 수렴된다.
아기의 시야도 훨씬 넓어진다. 엄마의 등에서 보는 세상은 흥미진진하다.
지나가는 사람들, 온갖 색깔, 움직이는 물체들. 아기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혼융돼 있다.
그래서 마법의 천지다.
그 파노라마를 음미하는 것이 아기한테는 최고의 놀이이자 공부에 해당한다.
세 번째 이유.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게 되면 ‘내 아이는 특별해!’, ‘오직 내 아이만을!’ 등의 감정에 휩싸이기 쉽다.
하지만 그것만큼 지독한 편견은 없다.
가족주의를 심화시킬뿐더러 엄마가 자식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망상이 싹틀 수도 있다.
모성과 자본이 만나면 이 망상은 ‘하늘만큼 땅만큼’ 커진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관계를 바꾸어야 한다.
엄마와 아기는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그런데 아기를 업으면 엄마는 아기한테 집중하기보다 어느 정도는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다.
청소를 하고,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아기가 등 위에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처럼 엄마 또한 자신의 일상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서로가 서로에게 배경이 되는 관계,
엄마와 아기가 각자 자신의 삶을 확충해 갈 수 있는 관계,
엄마의 등은 그것을 훈련할 수 있는 최고의 현장이다. 그러니 부디 안지 말고 업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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