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의료보험 민영화 깔끔한 정리

평창군 대하리 2008. 5. 20. 23:40
당연지정제 폐지와 건강보험 붕괴 (by Interstella)
 
참고로 곧 졸업할 의대 학생이다. 현직은 아니니 글의 세세한 팩트에 넘 기대하지 마라.
(이상한 거 있으면 말해라. 고칠테니까...) 암튼 내가 정부부처 요인도 아니고
확실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작성한 건 아니지만,
이쪽 업계 종사예정자(내년 3월부터 출근할 듯 하다)로서 줏어 들은 게 좀 있어서
이 기회에 좀 풀어 볼까 한다. 원래의 갤에서 몇번 싸질렀는데...
그건 동종업자 대상이라 외부인 보기에 넘 어려울 듯 하여 다시 썼다.
길게 써 놨지만 맨 뒤에 정리했으니 넘 부담 갖지 말고 봐라. 귀찮으면 고거만 보던가...
 
일단기본개념 정리부터 하고 가자.
 
*건강보험 : 나라에서 운영하는 보험상품. 법으로 강제되는 제도임.
*민간보험 : AIG띠링띠링 요런거. 자유롭게 계약, 가입, 지급됨.
*당연지정제 :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이라는 보험만' 계약해야된다는 법. 강제임.
*보험가입 : 환자이자 고객인 사람이 보험회사에 매달 돈내고 회원되는 거.
*보험계약 : XX병원이 보험회사랑 계약하는 걸 말함.
(병원이 보험사랑 계약하는 거, 환자가 보험사에 가입하는 거 요 두가지 헷갈리지 마라.)
*지급률 : 보험사가 가입자한테 달달이 걷은 돈 중에 일 터질 때마다 치료비로 쓰라고 돌려주는 비율.
100에서 이거 뺀 나머지가 보험사 수익률이 됨.
*AIG : 짱 큰 보험회사. 돈 존내 많으며 울나라 넘실거리는 보험전문회사.
*의료산업화 : 의료를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서 경제 좀 살려보겠다는 정책.
 
의료보험이란 게 머냐. 자동차 보험, 화재보험 알지? 고런 거랑 비슷하다.
의료비라는 게 원래 존나게 비싸서 병 걸리면 돈이 억수로 깨지니까
평소에 여러사람이 모아서 일 터졌을 때 그 놈한테 몰아 주자 이거지.
 
울나라에도 의료보험이 있는데 울나라 의료보험시장은 딱 하나,
바로 건강보험공단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국민건강보험(이하건강보험으로 칭함)이라는
상품만 써야 돼. 강제야. 딴 거 못 씀. 두 가지 면에서 강제인데,
 
첫째는, 동네점빵병원부터 삼성현대아산병원까지 싹 다 건강보험과 계약을 해야 되며,
이걸 "당연지정제" 라고 함. 이거 꼭 기억해 둬라.
 
둘째로, 모든 국민들도 이건희부터 길바닥 노숙자까지 건강보험에 자동가입 해야 하는 거지.
전국민 의무 가입. 태어날 때 가입한다고 보면 된다.
 
건강보험을 나라에서 하나로 강제하는 이유는 일단 요게 의료시장의 특성상,
워낙에 정보가 부족하고 파는 놈(삼성, 병원, 의사 등등)이 구매하는(국민or니들) 놈
속여 먹기 쉬워서....그냥 시장에 냅두면 존내 비싸지걸랑.
특히 없는 놈들은 더 털리기 쉬워서 더 손해고.
그런 연유로 정부가 가격관리차원에서 하는 게 있고.
그리고 강제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지급률이 높다는거야.
뭔 말이냐면, 미국 의료보험사들 지급률이 30% 될까말까 할거다.
 
보험가입자들한테 달달이 걷은돈이 100억이라면,
병 걸리고병원 가고 할 때 나눠주는 돈이 30억이라는거지.
나머지는~? 관리비랑 잡다한 거 빼고, 보험사(삼성, AIG)가 이윤으로 먹는거지. 아깝잖냐.
 
반면에 현행 건강보험 지급률은~?
지금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네 적자네 하지만 지급률이 90%가 넘어.
그니깐 그냥 걷은대로 전부 돌려준다고 보면 되지. 그래서 정부에서 하는구나...하면 되겠다.
 
암튼 나라에서 하는 이 보험이 니들한테 참 좋은 제도인 게,
우선은 니들이 병 나도 크게 부담 안 되게 목돈 만들어 준다는거랑,
둘째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지급률이 참 높다는게 있어.
근데 사실 이 두 가지는 민간보험 잘 굴려도 비슷하게 낼 수 있는 효과야.
 
이 두 가지 말고 장점이 더 있는 게, 바로 "소득에 따라 걷어서 필요에 따라 쓴다" 는 거야.
사실 이게 건강보험의 가장 큰 특징이자 혜택이며 또한 건보 붕괴로 가는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지.
 
잘 보자고. 이제부터 중요함. ㅅㅂ 건강보험에서 보험료 걷을 때는
소득에 따라 걷기 땜에, 한 달에 1억원씩 버는 놈은 300만원 내고, 한 달에 100만원 버는 놈은 3만원
내고(완전 가난하면 아예 안내기도 함) 이런 식이야.
 
글고 이걸 가지고 아파서 병원비로 쓸 때는 필요에 따라 쓰기 땜에,
병원 안 가는 사람은 혜택 볼 일이 없고, 병원 자주 가는 사람은 무쟈게 혜택을 보지.
일년에 천번 가는 사람도 있다지? 물론 추가비용 없이.
사실 없는 사람들이 아플 일이 더 많기 땜에 오히려 저소득일 수록 혜택이 커짐.
 
정리하면, 결국 건강보험의 여러가지 특징중 가장 중요한 건,
"부자들이 돈 걷어서 없는 사람들 병원비 내주는 시스템" 바로 요거야.
 
소득의 재분배 효과.소득상위 5% 가입자가 내는 돈이 아픈 사람들이 쓰는
전체 재정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거지. 물론 이렇게 돈 많이 내는 인간들,
아마 거의 건강보험 혜택 볼 일 없을꺼다. 아주 속이 타겠지.
돈은 매달 수백씩 꼴아 박고 병원 갈 일은 없으니... ㅋㅋ
 
근데 이런 부자들이 싫어할 만한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박통이 북한 견제하느라 시작한 거를 전두환이 전국민으로 확대한 거라서 그런거야.
박통이 하라면 해야지, 별 수 있냐. 부자들이라고.
암튼 부족한대로 그렇게 군화와 칼로 시작하여 끌고 온 덕택에
니들은 적은 돈만 내고(서민 70%가 내는 돈이 전체 재정의 30% 쯤) 똑같은 서비스를 받아 온 거지.
 
글고 울나라 의료서비스가 저렴한 또 하나의 이유는,
강제보험을 정부가 틀어쥐고 가격까지 존내 싸게 억지로 매겨놔서 그런 것도 있단다.
그래서 의사들이 싫어하는 거고. 암튼 이 얘기까지 하면 너무 길어지니 넘어갈께.
 
그래도 일단 저렴한 의료를 유지하는데 의사들,
특히 외과 내과 산부인과 등등 보험과 의사들의 희생이 꽤 있었다는 건 좀 알아 줬음 한다.
그니깐 넘 욕하지들 말고. 머 물론 보험이랑 상관없는 피부 성형 요런 건 욕하든 말든 니 맘이다.
 
어쨌든 이런 보험을 유지하려면 당연히 누군가는 짜증나겠지?
건강보험시스템 하에서 각 주체별 손익계산서를 써 보자구.
 
1. 부자들 -> 매달 수백만원 내고 병원 갈 일 없는데 짜증날 꺼 아니겠냐. 매우 손해임.
2. 보험사들 -> 이윤률 50% 쯤 되는 엄청난 사업 못함. 군침 흘리고 있음.
3. 의사들 -> 특히 보험과 의사들 엄청 짜증남. 짜장면 강제로 천원에 파는 중국집 사장 심정과 비슷.
4. 서민들, 평민들 -> 꽤 좋은 제도임. 돈 얼마 안내고 조낸 좋은 서비스 받음.
5. 정부 -> 돈 얼마 안 들이고 의료제도 해결. 간지남.
 
이런 상태라서 1번 2번 3번이 건강보험을 바꾸거나 깨려고 노력들을 해 왔어.
그러면 4번 5번이 좀 막아줘야 할텐데, 4번들은....정신줄 놓고 뭐가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일단 삼성 �오~ 명박이짱~ 이러면서, 지들 금송아지를 걷어차질 않나.
5번은 4번 챙겨주는 본연의 책임 씹어먹고 1번 2번이랑 붙어 먹지를 않나.... 그러니 이게 유지가 되냐?
 
그 시발탄이 "당연지정제 폐지" 요거야.
당연지정제가 모든 병원 100% 강제계약에서 벗어나면,
일단 병원들이 건강보험 말고 다른 민간보험 회사들이랑 계약할 수가 있어.
건강보험을 벗어나는 민간보험 병원들이 생기겠지?
우리 디씨병원은 AIG보험 환자 받스빈다...이렇게 되는거고.
그러면 필연적으로 민간보험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도 생기겠지?
 
아마도 1번 부자들이 이 대상이 될꺼야.
돈 좀 있어서 간지의료 받고 싶으며 지불능력도 되는... 얘들이 이런 고급병원들 이용하게 되면,
건강보험에다가도 달달이 수백씩 내고, 삼성보험에도 또 수백씩 내고....요렇게 해 줄까?
노노~ 사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양측 보험에 모두 돈만 내 준다면,
부자들 좋은 병원 쓰건 말건 우리같은 서민들은 아무 영향 없지.
몇몇 애기들이 이렇게 믿고 있더라고. 그래서 민간보험 해도 서민 문제 없다 머 요런거지.
 
근데 그렇게 할 거면 보험사랑 병원들이 이 시장에 뛰어 들지 못해.
저렇게 쌍으로 돈 내줄 만한 부자들만 대상으로 해서는 민간보험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거든.
이윤이 안 나니까. 그래서 정부에서 아마 부자들이 민간보험으로 갈아타면
건강보험에 돈 안 내도 되게 해 줄 거야.
시장 만들어야 되거덩. "ㅅㅂ나 어차피 민간병원만 다닐꺼임.
건강보험 탈퇴하게씀" 이럴꺼다 이거지.
나머지는 돈 없어서 고급병원 못 가니까 그냥 공보험 남는다 치고.
 
자! 그럼 건강보험 불만인 사람 부자 상위 5%가 탈퇴한다 치자.
지금 시스템의 건강보험에서 100명이 모여서
소득에 따라 걷은 돈 월 100만원을 가지고 나눠 쓴다고 가정하면,
다섯 명이 탈퇴해서 95명. 근데 얘들이 그냥 다섯이 아니라 월30만원 부담하던 부자 다섯이라,
30만원을 들고 나간단 말야. 이제는 95명이 70만원 가지고 나눠 써야지.
이전 같으면 1명당 만원(100만원/100명)씩 쓸 수 있던 게,
1명 당 칠천원(70만원/95명)으로 떨어졌네? 그럼 어째야 할까?
당근 예전에 보험에서 커버해 주던 병들을 빼야지. 보험지급 범위가 축소된다 이거야.
자꾸 부실해진다구.
 
그럼 이번에는 아까 못 나간 15명(100명중 소득 6등~20등)이 불만을 가질꺼야.
공보험이 이전보다 부실하거든. 이 정도면 민간보험 가는 게 낫겟다 싶어진거지.
그럼 이번엔 얘들이 또 탈퇴. 얘들도 30만원 쯤 들고 나감.
이제 80명이 40만원 가지고 나눠 쓰는 시대. 1명 당 오천원.
 
두 싸이클만 돌아도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돈이 만원에서(100만원/100명) 오천원으로 떨어진다
이거야(40만원/80명). 요렇게 몇 바퀴 돌면~?
뭐 점점 오그라들다가 그냥 가난한 사람들끼리 서로 돈 모아서 도와주는
민망한 보험이 되든지 아예 없어지든지 하겠지.
 
당연지정제에 예외 인정해 주는 순간, 요런 식으로 건강보험 붕괴로 이어지게 돼 있다구.
건강보험 없애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거랑
당연지정제 예외 인정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거랑 느낌이 확실히 다르지?
 
근데 사실 같은 말이거든. 아마도 반발심리 줄여 보자고 일부러
이렇게 추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데도 당연지정제 깨봐야 건강보험 붕괴 안된다구?
 
아까 말한 것처럼 상위권 부자들이 민간보험사에도 수백씩 내면서
서민들 위해 건강보험에도 수백씩 예전처럼 턱턱 내준다면야 건강보험유지 되겠지.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 비용까지 댈 수 있으니까.
 
근데 아까도 말했듯이,
그렇게 할거면 애초에 민간보험 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되므로 하나 마나야.
시장 만들겠다는 게 결국 부유층 끌어 들이겠다는 건데, 부유층 까면서 시장 만든다?
당연지정제는 콜라병 뚜껑이나 마찬가지야.
뚜껑은 따도 콜라는 안 넘치겠지....하고 기대하는 셈이지.
 
그동안 건강보험 쓰던 사람들이 이런 식의 길을 따라서 대부분 민간보험으로 흘러 들어갈 거고,
이게 의료산업화의 끝이 될꺼다.
 
자기들은 그때그때 더 나은 보험을 찾아 옮겨 갔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에서 밀려나 민간보험에 끌려 들어가게" 되는 꼴이지.
 
물론 그때 니들이 가입하게 될 보험이란 건 항목별 수가가 이전보다 꽤나 비싼
(30만원짜리였던 맹장수술이 300만원은 될꺼다.) 것들로 구성되었을 테고,
니들 돈 못 번다고 부자들 돈 끌어다 도와 주지도 않으며,
지급률도 30% 수준이라 낸 돈의 30% 밖에 돌려 받지 못 하지.
고로 건강보험보다 대여섯배 이상의 보험료를 달달이 내고
예전보다 훠~~얼씬 모자란 서비스를 받게 될 꺼다.
 
뭐 꼭 단점만 있는 건 아니야. 의료산업쪽에 꽤 많은 고용이 창출되며,
대기업들은 큰 이윤을 거두게 될 테고,
부자들은 예전과 같거나 적은 돈을 내고도 미국 영화에서나 보던
깔끔한 병원에서 여러 의사들에게 둘러싸여 양질의 서비스를 받겠지.
수명도 늘어나겠다야 ㅎㅎㅎ 또한 실용정부(막상 부르려니 어색하구만)는
의료산업화를 통한 경제활성화라는 자화자찬할 거리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걍 90% 밖에 안되는 서민들만 좀 불편할 뿐이지.
나머지에게는 참 좋은 제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소리야.
뭐 어떻게 생각하든지....그건 니들 맘이니까 알아서들 판단해라.
 
요약한다.
1. 당연지정제 손 보는 순간 건강보험 붕괴로 쭈~~욱 이어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2. 건강보험 존내 좋다. 있는 놈이 돈대서 없는 놈 아플 때 돈주는 제도니까.
3. 부자들이 불만이고 민간보험사랑 손잡고 지들끼리 놀려고 한다. 없는 놈한테 돈 안주게 된다.
4. 없는 놈들끼리 절대 건강보험 유지 못 한다.
5. 고로 당연지정제 깨고 건강보험 유지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