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보나미 씨. 그의 사무실에는 항상 음악이 흐르고 있다. 작업 도중에 듣는 음악은 그에게 늘 새로운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을 들을 때면 늘 LP만을 고집하고 있다.
“디지털 음악을 듣고 나면 아날로그 LP와는 달리 피곤합니다. 아날로그 음반은 하루종일 들을 수 있지만 디지털은 그럴 수 없습니다” (보나미 / 63세, 환경컨설턴트)
제작진은 예상치 못했던 몇 통의 e메일을 받아보게 된다. CD나 MP3 등 디지털 음악을 들으면 현기증과 매스꺼움, 구토 등을 느낀다는 사연이다. 정말 디지털 음악은 우리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일단 CD나 MP3같은 음악을 들으면 듣는 순간부터 몸에 긴장감이 형성됩니다. 몸이 경직되면서 한 시간이상 장시간 들을 경우 두통이 유발되고 심하면 구토 현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최준우 / 35세, 증권사 근무)
최준우 씨와 같은 증세를 디지털 퍼티그(Digital Fatigue), 디지털에 의한 피로라고 일컫는데, 이런 증상은 MP3에서 더 심해진다고 한다.
아날로그 음악은 치유적이다
음악을 이용한 정신치료에 세계적인 권위자 존 다이어몬드 박사. 그는 음악이 늘 최고의 치료법이라고 생각해왔다. 음악에는 생명에너지를 증가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 음악이 우리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800만 번에 걸친 임상실험을 반복, 이를 이론화하는데 성공했다.
“모든 아날로그 음악은 치유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음악도 디지털 PCM으로 녹음되면 부정적 영향을 가지게 됩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음악을 치료에 써오는 동안 디지털 음악을 사용한 경우는 절대로 없습니다.”
(존 다이어몬드 / 정신과 의사)
다이어몬드 박사는 LP음악과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음악, LP음질에 가장 근접한 슈퍼오디오CD를 순차적으로 들려주면서 팔의 근력을 측정했다. 팔의 근육은 음악을 듣지 않았을 때처럼 모두 일정한 탄력을 유지했다. 이렇게 팔로 측정하는 것은 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삼각근’이 음악자극에 가장 민감한 근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CD음악을 듣자 팔의 근육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저절로 팔이 내려가는 것이다.
“CD음악이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음악이 당신의 몸과 뇌로부터 생체에너지, 즉 기(氣)를 빼앗기 때문입니다.” (존 다이어몬드 / 정신과 의사)
인체에 미치는 디지털 음악의 부정적인 영향
디지털 문화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는 MP3. MP3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제작진은 12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과학적인 검증작업에 들어갔다.
근육에 흐르는 에너지를 측정하는 검사, 즉 근전도 검사 결과, LP음악을 들을 때 활성화 정도가 가장 높았고 MP3가 가장 낮았다. 즉 MP3를 들었을 때 근육의 강도가 떨어지는 경향성이 입증된 셈이다. LP음악은 감정과 행동에 관계되는 자율신경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엔나 테스트’라고 하는 최신 신경인지능력 검사를 실시했다. 실험결과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아날로그 음악을 들을 경우 디지털 음악에 비해 세밀한 작업을 더욱 빨리 처리한다는 것이다.
CD의 구조는 LP와 어떻게 다르기에 근육의 강도를 떨어뜨리고 작업속도를 저하시키는 것일까? 디지털의 어떤 비밀이 사람의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디지털 음은 디지털 피로를 부른다
LP와 CD의 소리 파형을 비교해 보면, LP는 끊어짐이 없는 완벽한 사인파(sine)로서 자연 본래의 음을 그대로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CD는 원래의 소리를 짤라 그 일부만을 데이터화해서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끊어진 계단 모양의 소리 파형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날로그 음이 디지털로 변환할 경우 많은 정보들이 손실된다. 이러한 현상은 첨단 디지털 매체인 MP3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날로그 음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강물이라면 디지털 음은 그 강물을 여러 개의 알루미늄캔에 담아 이어 붙인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물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소리와 인위적으로 분할된 소리 중 어느 것이 더 자연에 가까운 소리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디지털 음악에 대해 우리 몸이 피로를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
“디지털을 장시간 들으면, 우리가 가진 소위 내면적 도덕성의 전도현상(a reversal of inner morality)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즉 깊은 무의식 상태에서 ‘증오는 좋은 것이고, 사랑은 나쁜 것’ 또는 ‘병은 좋은 것이고 건강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다.” (존 다이어몬드 / 정신과 의사)
식물의 생장속도 달라져
지난해 가을 제작팀은 디지털 음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추정해보기 위해서 3개월 일정의 식물실험에 돌입했다.
음악은 ‘베토벤 협주곡 5번 황제’. 실험그룹은 LP, CD, MP3, 그리고 음악을 듣지 않는 통제 그룹 등 모두 4개로 나누어진다.
식물실험을 시작한 지 3개월(2004년 11월말). 마침내 최종 결과가 나왔다. 어떤 음악이 가장 스트레스를 덜 주느냐가 실험의 핵심이다. 결과는 CD와 MP3 등 디지털 음악을 들려준 그룹의 생장속도가 다른 그룹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MP3를 듣고 자란 오이의 경우 LP를 듣고 자란 것보다 무려 11.6㎝나 작았다.
식물생장호르몬의 하나인 ‘지베렐린’의 생성과 변화추이도 살펴보았다. 정밀분석 결과, 디지털 음악을 들은 그룹의 지베렐린의 수치가 눈에 띌 만큼 낮게 나왔다.
“지베렐린을 분석한 결과, 통제그룹에 비해서 LP의 경우 20% 정도, MP3의 경우 크게 40% 가까이 감소된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인중 교수 /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
35일 동안 8시간씩 음악을 들려주면서 키운 아기장대. LP음악을 들으면서 자란 아기장대는 잎이 크고 무성하며 생장이 눈에 띄게 촉진된 반면, MP3음악을 듣고 자란 아기장대는 생육속도가 현저하게 느리다. 특히 디지털 음악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인 아기장대는 종족보존의 본능에 따라 채 다 자라기도 전에 꽃을 피운 모습까지 볼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비극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반 CD의 경우, 세로로 44,100번, 가로로는 16단계에 걸쳐 쪼갠 뒤 이것을 0과 1의 디지털 부호로 저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노이즈가 발생하게 된다. 아날로그 녹음은 소리를 디지털 녹음처럼 쪼개지 않고 1:1로 그대로 녹음한다. 반면 디지털은 용량의 한계로 일부 정보만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시대의 비극은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언젠가는 음악이 최고의 치료법 중 하나가 될 것을 믿습니다. 음악은 정신, 육체, 영혼에 모두 작용하기에 최상의 치료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여기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존 다이어몬드 / 정신과 의사)
디지털 시대, 음악은 우리에게 새로운 선택을 요구한다. 디지털 음악이 보내는 작은 경고는 지금 이 순간 아날로그 시대를 되돌아보게 한다.
〈제2부〉 아날로그의 신비
클래식보다 우리 국악이 좋다
어떤 음악에 태아의 생장과 관련된 생명의 리듬이 들어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7개월 된 태아를 대상으로 한 음악임상실험이 진행됐다. 45명의 태아에게 3개월간 클래식(모차르트)과 국악(정악) 등 음악자극을 주었다. 2002년 1월 아기들이 모두 태어나자 생후 2주가 지나기 전에 뇌파와 심박동의 변이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모차르트 음악을 듣고 자란 아기보다 우리 정악(正樂)을 들었던 아기들의 정서가 더 안정돼 있고, 자율신경계도 훨씬 더 균형을 잘 이루고 있었다. 우리 국악이 모차르트 이펙트를 능가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게다가 우리 국악 정악에 자연의 소리이자 생명의 리듬인 ‘f분의 1의 흔들림’이 많이 들어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자연이 내는 모든 소리에는 ‘f분의 1의 흔들림’이라는 생명의 파동이 들어있다. f분의 1의 흔들림은 뇌의 자극과 심신안정에 가장 이상적인 파형으로 자연의 음향이나 일부 음악에 들어있다. ‘세령산’을 비롯한 우리의 궁중국악 역시 f분의 1과 흡사한 파형을 이룬다. 반면 모차르트 음악의 파동은 f제곱 분의 1에 그치고 있다. 댄스음악은 전혀 다른 파동을 보여주는데 이는 생명의 리듬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날로그 음악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호주 캔버라에는 최근 음악수업시간에 CD를 틀지 않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캔버라의 한 초등학교(홀리 패밀리 파리쉬 초등학교). 이들의 음악수업에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악기 그리고 아날로그 테이프만이 사용된다. 캔버라의 또 다른 초등학교(맥콰이어 초등학교). 이곳 역시 음악시간엔 수업용으로 제작된 아날로그 테이프만을 사용한다. 호주 국립대(ANU) 음악과 교수인 수잔 웨스트. 그녀는 디지털을 배제한 아날로그 음악을 음악수업에 활용한다. 그녀는 아날로그 음악만이 음악감상은 물론이고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이롭게 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음악의 유해성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아날로그 음악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연간 1만5천대 이상의 턴테이블(turntable)이 팔리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아날로그 음악이 대중들의 생활음악으로 깊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에서는 환자들의 회복에 아날로그 음악을 이용하고 있다.
태아는 아날로그 음악을 좋아한다
제작팀은 아날로그 음악과 디지털 음악도 태아에게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연구하기 위해 2004년 가을부터 2차 실험에 들어갔다. 2차 태아실험 대상은 각 그룹당 10명씩 모두 30명. 모차르트 이펙트로 유명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LP와 MP3로 각각 들려주었고, 나머지 한 그룹에는 우리 국악을 LP로 들려주면서 심박동 변이도를 측정했다. 음악에 따른 뱃속태아의 움직임도 살펴보았다.
3개월 동안 진행된 태아 임상실험 결과, 태아도 음악을 느끼고 거기에 반응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특히 태아는 우리 국악 정악을 들을 때 신경계가 더 안정되고 클래식 음악에 비해 성숙도가 증가했다. 태아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MP3음악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디지털 음악에서는 클래식이든 댄스음악이든 장르에 상관없이 아기들의 전체의 반응도가 떨어지고 있는 반면에 아날로그 음악에서는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여준규 병원장 / 여성메디파크병원)
자연의 소리, 생명의 소리를 찾아라
서울의 한 녹음실. ‘우리 소리 태교’ 두 번째 음반의 녹음이 한창이다. 아날로그는 사라졌지만 이 음반 2집은 1집에 이어 역시 아날로그로 녹음되고 있다.
“아날로그로 녹음했을 때와 디지털로 녹음했을 때의 소리가 완전히 달라요. 아날로그 소리는 맑고 풍부한 소리 그러면서 부드러운 소리죠. 디지털은 고음이 많고 좀 거친 소리죠. 아날로그 녹음을 너무 빨리 포기한 게 아닌가 싶어요.” (이정배 / 녹음 엔지니어)
디지털 이미지는 데이터의 조합에 불과하다. 간단하게 조작되고 컴퓨터 그래픽처럼 손쉽게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디지털 녹음을 포함한 모든 디지털 콘텐츠는 가짜죠. 디지털 영상, 디지털 음향 등은 실제를 부호화 한 데이터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항상 이러한 것의 맹점은 원형을 가깝게 추구하고 있지만 절대로 원형에 가까울 수 없다는 얘기죠.” (황성호 교수 / 한국예술종합학교 작곡과)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담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해왔다. 최근엔 디지털의 부정적인 영향을 없앤 SACD같은 DSD 방식의 고음질 CD가 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고음질 CD는 비쌀 뿐만 아니라 전용 플레이어를 따로 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대중화가 쉽지만은 않다.
깨끗한 음질과 편리함으로 음악의 대중화를 이룬 디지털 음악! 완전한 음악송으로 변치 않는 사랑을 받는 아날로그 음악! 이 두 문화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자연의 소리, 생명의 소리 아날로그는 그 전환기에 서 있다.